마라톤을 완주해보았는가?

책과 함께/루틴의 힘

마라톤을 완주해보았는가?

2you 2021. 12. 29. 04:30

137킬로그램의 몸무게를 가진 나는 웃기는 차원을 넘어선 사이즈 32짜리 옷을 입었다. 그래, 나는 뚱뚱했다. 결혼생활 11년차에 세 아이와 나만큼 뚱뚱한 남편과 행복하게 살면서 아직은 나를 동화 속의 덩치 큰 여왕보다는 어여쁜 공주와 동일시했다.

남편은 나를 사랑하고 나도 그를 사랑하고 우리는 먹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즐겨 먹었다. 아이스크림과 엔칠라다(옥수수 빵에 고기를 넣고 매운 소스를 뿌린 멕시코 음식), 파스타와 치즈 케이크를 끊임없이 먹었다. 우리는 가리는 음식이 없었다. 우리의 열정은 곧 음식이었다.

우리는 재료를 준비하고 자르고 요리하는 동안 집에서 나는 육즙 냄새와 맛, 그리고 친구와 가족들과 나눠먹는 것까지 진심으로 즐겼다. 음식은 우리 생활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음식에 우리는 깊은 유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큰아들 찰스가 한껏 풀이 죽은 채 학교에서 돌아왔다.

“엄마, 내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정말 하프코스 마라톤을 완주할 수 없을까요? 애들이 그걸 놓고 내기를 걸었다네요. 물론 완주할 수 없다에 배팅한 애들이 대부분이에요.”

나는 42.195킬로미터의 절반이 얼마인지 계산을 하다가 포기했다. 그 대신 찰스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1년이 남았다는 사실은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계산해냈다.

하프코스 마라톤 대회는 찰스가 다니는 학교의 졸업식 전통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큰 화를 불러일으킬 말을 하고 말았다.

“내일 학교 가면, 너는 완주할 수 있다에 전 재산을 걸어라. 큰돈을 벌게 될 거야.”

나는 뒤뚱뒤뚱 퇴근해서 들어오는 남편을 밤새 설득했다.

“당신이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줘야 해요. 설마 우리 아들이 놀림감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겠죠?”

남편과 찰스, 그리고 나는 3월부터 지옥훈련에 돌입했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면 그 전날보다 꼭 100미터씩 더 뛰었다. 걷고 걸었다. 뛰고 또 뛰었다. 텔레비전 앞에 러닝머신을 설치해놓고 벨트가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 위를 달렸다.

하루가 다르게 우리는 달라지고 있었다. 남들이 우리를 못 알아보는 건 당연했다. 우리도 우리를 못 알아봤으니까. 땅이 꺼져라 팔굽혀펴기를 하며 우리를 겹겹이 둘러싼 살들이 어서 빨리 꺼지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대회를 한 달 앞둔 시점에 우리는 하프코스 마라톤 결승선을 2킬로미터 남짓 앞두고 있었다. 내 몸무게는 두 자릿수로 내려갔다. 남편은 입고 다니던 옷들을 모두 버려야 했다. 삶이 너무나 헐렁해졌다. 너무나 가벼워졌다. 헐렁하고 가벼운 세상은 정녕 음식의 세상보다 아름다웠다.

그리고 우리는 마라톤 대회에서 완주했다! 찰스는 꼴찌였다. 번외경기로 참가한 선수들 가운데 나 또한 꼴찌였다. 페이스 메이커였던 남편은 자신의 임무를 훌륭히 완수하며 16킬로미터 지점에서 기절했다. 완주할 수 없다에 배팅한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 대신 축하의 꽃다발을 들고 온 사람들이 구름처럼 우리에게 몰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