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다이어리

메타버스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이를 처음으로 언급한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인지 살펴보자.

1999년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는 충격이자 공포였다. <공각기동대>가 그래도 있을 법한 밝은 미래였다면 <매트릭스>는 검다 못해 암울한 결코 오지 않았으면 싶은 미래의 모습이었다.

현실 세계 속에서는 기계들에게 지배당하는 사람들이 사이버 세상 속에서는 평소와 같이 살아간다. 현실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정교한 풀 다이브(Full Dive)의 세계에서 유일한 구원은 현실에서 깨어난 이들과 이들이 기다린 구원자 네오다.

그런데 과연 행복한 가상세계 속 매트릭스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암울한 현실 세계로 나오길 원했을까?

2001년 톰 크루즈 주연의 <바닐라 스카이>는 현실보다 나은 가상의 세계를 잘 보여줬다. 2009년에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가 개봉됐다. 가상현실은 아니지만 다리가 불편한 주인공이 의식 전송을 통해 나비족의 몸을 조종하며 말 그대로 현실 세계 속 자신의 ‘아바타’를 움직인다는 설정으로 아바타의 의미를 잘 설명했다.

같은 해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써로게이트> 역시 숨은 명작이다. ‘써로게이트’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불 밖은 위험해’이다. 현실 세계가 너무 위험하기에 자신은 안전한 곳에 있고, 아바타로 현실 세계를 돌아다니는 세상을 보여줬다.

드디어 2018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이 개봉했다. 주인공은 현실 세계에서는 빈민촌에 사는 ‘웨이드’지만, 가상세계인 오아시스에서는 가장 주목받는 플레이어 ‘파시발’이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연결되는 실현 가능한 미래, 여기에 더해 카메오로 등장한 스트리트 파이터, 건담, 배트맨, 스타크래프트 등 올드 게임 캐릭터들의 향연까지…. 전 세계를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영화의 감독들이 하나 같이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한 책이 바로 1992년 출간된 [스노 크래시]다.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길래 이런 영향을 미친 걸까?

[스노 크래시]의 주인공은 한국인 어머니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히로’다. 그는 최고의 해커이자 검술의 달인이기도 하다. 그가 참여해 만든 사이버 세상의 이름이 바로 ‘메타버스’다.

메타버스로 들어가게 만들어 주는 건 VR이 아니라 XR(혼합현실)에 가까운 글래스다. 그렇다보니 걸으면서도, 이야기를 하면서도 메타버스에 접속할 수 있다. 사이버 펑크라 할 만큼 세련된 테크와 폭력이 어우러진 멋진 책이다.

그런데 왜 이 책이 아직까지 영화화되지도, 엄청난 소설로도 인정받지 못했던 걸까? 그건 내용 때문이다. ‘스노 크래시’는 메타버스의 세계에서 다른 사람들의 아바타를 해킹할 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의 실제 몸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막강한 바이러스다.

여기에 모든 인류의 언어가 하나였다는 이야기, 수메르족의 이야기, 종교를 통해 우리의 사고방식이 변화되는 것 역시 바이러스에 비유하는 등 논란거리가 될 만한 내용들이 담겨 있어 영화화되기에는 만만치 않았을 거라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의 시작점에 있는 바이블과도 같은 책이니 메타버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번 읽어볼 필요가 있다.

어니스트 클라인 원작의 소설 [레디플레이어 원]도 2015년에 출간되었다. 영화와 같은 세계관이면서도 일부 다른 점이 있어 [스노 크래시]보다 더 재미있고 편하게 메타버스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비록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은 [스노 크래시]처럼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남기지는 못했지만, 가상현실의 세계 ‘오아시스’를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메타버스는 ‘오아시스’라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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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메타버스는 인터넷 다음의 세계다. 인터넷 혁명 다음의 가장 큰 변화는 모바일이다. 2016년 ‘알파고’의 등장 이후 인공지능의 시대를 가장 큰 변화로 이야기해 왔는데, 인공지능의 시대란 결국 메타버스와의 연결을 의미한다.

2. 메타버스는 게임 속 세상에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하겠지만 메타버스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례는 ‘게임’이다. 그만큼 우리가 자주 사용하고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게임에서만 그친다면 현실 너머의 세상인 ‘메타버스’라고 할 수 없다. 즉, 가상의 공간에서 게임 말고 다른 ‘생활’을 즐길 수 있고 현실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부분들에 주목해야 한다는 걸 뜻한다.

3. 다른 세상과의 연결이다. 동물의 숲과 포트나이트는 다른 게임이다. 각각 다른 게임이고. 두 게임을 개발한 회사도 다르고, 게임 속 모든 것들이 다르기 때문에 두 캐릭터가 만날 일이 없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플랫폼을 사용하게 된다면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의미로 확장해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이제는 각각의 세상을 창조하는 일뿐 아니라 각 세상과의 연결까지도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4.‘메타버스에서 다운받은 청사진으로 실제 세상을 만들 것’이란 부분이다.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공장을 만들기 전에 가상의 세계에서 미리 만들어 볼 수 있다면, 무인로봇을 만들기 전에 무인로봇이 제대로 명령을 수행하는지 다양한 환경을 만들어 미리 테스트해 볼 수 있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말은 게임을 넘어 현실을 재설계한다는 말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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